마케팅 플랜을 짤 때, 제일 흔한 방식이 있어요. "지난 번 ROAS 좋았던 채널에 더 넣고, 안 좋았던 데는 빼자." 문득 보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이죠. 그런데 이 방식이 오히려 성과를 깎아먹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읽고 나면 지금까지 하던 '효율 순 배분'을 다시 보게 되실 거예요.
'효율 순 배분'이 왜 함정일까
문제는 하나예요. 지난달 성적표는 지난 달 지출 수준에서 발생한 결과라는 점이에요.
지난달에 A채널 ROAS가 제일 좋았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래서 이번 달 예산을 A로 확 몰았어요. 그런데 A채널이 지난달에 성적이 좋았던 건, 지난 달 예산 정도에서 제일 좋았던 거예요. 거기 돈을 더 부으면?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는 필연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예산일 때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목표하는 행동을 가장 잘 할 것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가 나가거든요. 그런데 지금 노출되고 있는 유저 바깥에 남아 있는 유저들은 돈을 적게 쓸 때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유저들이에요. 결국 A채널에 추가로 넣은 예산의 효율은 지난달 평균보다 훨씬 낮게 나옵니다.
즉 "잘 나온 채널에 더"라는 직관은, 채널이 부을수록 비싸진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어요. 이걸 짚고 가야 합니다.
1. '평균 효율'과 '다음 1원의 효율'은 다르다
예산 배분에서 봐야 할 숫자는 지난달 평균 CPA가 아니에요. 다음 1원을 부었을 때의 CPA입니다.
두 숫자를 구분해볼게요.
- 평균 CPA: 지금까지 쓴 돈 ÷ 지금까지 만든 전환. 과거 성적표예요.
- 한계 CPA: 여기서 예산을 조금 더(예: 다음 100만원) 부었을 때, 그 추가분에서 나오는 전환의 CPA. 앞으로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숫자예요.
예산 배분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정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봐야 할 건 지난 달 평균뿐만이 아니라 '다음 1원'의 가치예요. 경제학에서는 이걸 한계효용(다음 1원이 만들어내는 추가 효과)이라고 불러요. 용어는 어려운데 뜻은 "지금 상태에서 100만원 더 넣으면 뭐가 얼마나 더 나오냐"로 매우 단순합니다.
2. 좋은 채널도 부을수록 비싸진다 (수확 체감)
거의 모든 마케팅 채널은 지출을 늘릴수록 전환도 늘지만, 어느 지점부터 늘어나는 속도가 확 느려져요. (안 그런 경우도 간혹 있는데, 그런 경우를 기적처럼 바라고 캠페인을 운영하죠. 다만 이 경우 잠식효과가 의심되는 건 마케터의 고질병이고요.)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처음엔 전환이 가파르게 오르다가 점점 완만해지는 곡선이 나옵니다. 이 곡선을 응답곡선이라고 해요.
곡선이 완만해진 구간 = 그 채널이 포화됐다는 신호예요. 여기 돈을 더 부어도 전환은 찔끔 늘고 CPA만 올라갑니다. 반대로 곡선이 아직 가파른 채널은 여유가 있는 거고요.
여기서 핵심이 나와요. 평균 CPA가 낮은 채널이라고 무조건 여유가 많은 게 아니에요. 이미 포화 구간까지 밀어붙인 채널이면, 겉보기 평균은 좋아도 '다음 1원'은 오히려 비쌉니다.
3. 기준은 딱 하나 — 채널 간 '한계 효율'을 맞춰라
그럼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규칙은 하나예요.
채널마다 '한계 CPA'가 비슷해질 때까지 옮긴다.
숫자로 보면 감이 와요. 예를 들어볼게요.
- A채널: 평균 CPA는 8,000원으로 싸 보여요. 그런데 이미 많이 부어서, 다음 100만원의 한계 CPA는 15,000원이에요.
- B채널: 평균 CPA는 12,000원으로 비싸 보여요. 하지만 아직 여유가 있어서, 다음 100만원의 한계 CPA는 13,000원이에요.
평균만 보면 A가 싸니까 A에 더 넣고 싶죠. 그런데 '다음 1원'을 보면 B가 더 싸요. 그래서 추가 예산을 A로 넣을 때보다 B로 넣을 때 전체 전환수가 더 크게 증가합니다. 결국 채널마다 한계 효율이 오는 구간이 다르고, 지출되고 있는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한계 CPA가 높은 채널에서 빼서 낮은 채널로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두 채널의 한계 CPA가 비슷해지는데, 바로 그 지점이 지금 데이터 기준의 최적 배분점입니다.
오래된 경제학 원리인데, 채널 예산 배분에 그대로 먹혀요. "제일 싸 보이는 데 몰빵"이 아니라 "다음 1원의 값을 채널마다 맞추기"가 예산 배분의 핵심입니다. 그 이유는 지출 규모의 차이, 채널마다 수확 체감의 차이 때문이고요.
오늘 해볼 것
거창한 모델 없이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어요.
하나, 채널별 '증액 구간'의 CPA를 따로 떼서 보세요. 최근 몇 주 동안, 혹은 과거 데이터 중에 예산을 늘린 구간이 있다면, 그 늘린 만큼에서 나온 전환의 CPA만 계산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 100만원 쓰던 채널을 200만원으로 늘렸을 때, 전환이 100건 나오다가 170건이 나왔다면, 추가 100만원의 한계 CPA는 14,285원 정도 되는 겁니다. 이게 대략적인 한계 CPA 감이에요. 평균 CPA보다 확 튀어 있으면, 그 채널은 포화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니 다른 채널을 물색해보세요.
둘, 한 번에 크게 옮기지 마세요. 한계효율은 결국 예산의 증감에 따라 결정돼요. 한계 효율이 좋아 보이는 채널로 예산을 옮기더라도 너무 크게 옮기면 효율 감소가 더 빠르게 올 수도 있습니다. 채널마다, 캠페인마다 한계 효율의 기울기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예산을 조금씩 옮겨보고 2주 정도 관찰해보세요. 조금씩 옮겨보며 실제로 효율이 개선되는지 확인하고, 그때마다 우리가 확인한 그 한계 효율 지점에 맞춰 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면 좋습니다.
마무리
정리하면 이래요. 앞으로 우리는 지난달 평균이 아닌 '다음 1원의 효율'을 기준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거예요. 좋은 채널도 예산이 증가할수록 비싸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각 채널의 예산별 기울기도 염두에 두면 좋겠죠. 이제 채널 간 한계효율이 비슷해지는 지점을 찾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그런데 문제는, 채널마다 응답곡선을 그리고 한계효율을 손으로 추정하는 게 꽤 번거롭다는 거예요. 엑셀로 곡선 피팅하는 것도 일이고요. 이런 계산을 매번 하기 번거로우실 테니 만들어둔 게 있습니다. 예산 배분 툴에 채널별 지출·전환 CSV만 올리세요. 채널마다 한계효용 곡선을 추정해서 최적 배분안을 뽑아줍니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효율 좋은 채널이 한계 효율도 제일 좋은 경우도 많아요. 그럴 경우를 대비해 효율별 예산 분배도 만들어두었습니다.) 올린 데이터는 브라우저 안에서만 처리되고 따로 서버로 나가지 않아서, 매체비나 매출 숫자를 외부에 올리는 부담도 없어요. 가입이나 결제도 필요 없으니 CSV 하나 올려보는 걸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마지막 중요한 점, 배분안은 어디까지나 데이터에 근거한 '추정'이에요. 나온 대로 한 방에 다 옮기기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조금씩 옮겨 실제 성과로 확인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같은 한계효용 관점을 CPA 대신 ROAS로 풀어본 예시가 궁금하면 ROAS 개선 글도 같이 보세요.